영화음악가에 대한 공로상인 제천영화음악상의 올해 주인공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음악가, 에릭 세라다. 10대 후반이던 1970년대 말부터 프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음악 세계에 첫발을 내딛은 세라는 1983년 뤽 베송 감독의 데뷔작 '마지막 전투'를 통해 영화음악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운명적인 둘의 만남 이후, 세라는 ‘베송의 음악적 페르소나’라 불릴 만큼, 감독 대부분의 작품에 함께하며 독보적인 청각 언어를 창조해 왔다. 그의 영화음악은 베이시스트 출신답게 록과 전자음악을 바탕으로 실험적이고도 독창적인 사운드를 구축하며 격정적이되 섬세하게 인물의 내면에 스며들어 감정을 조율해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릭 세라 특별전에서는 각각 다른 장르와 감성을 지닌 세 편을 엄선했다. 우선 프랑스는 물론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에게 작품성과 흥행의 양면에서 큰 찬사를 안겼던 '그랑블루', 두 주인공의 유대감을 완벽히 음악으로 표현하며 에릭 세라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레옹',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널리 알려진 기존의 007시리즈의 테마를 파격적인 전자음악으로 변주해 냈던 '007 골든아이'다. 이 작품들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에릭 세라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채가 어떻게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한편,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이 전설적인 음악가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에릭 세라가 직접 참여하는 마스터클래스와 그의 음악 세계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특별 콘서트가 영화 상영과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한 편의 영화 속에 파동처럼 퍼져 화면 너머까지 깊이 닿는 울림을 만들어내는 에릭 세라의 선율을 제천에서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