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커플이 오컬트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얼마 뒤 남자는 아픈 삼촌으로부터 자신이 어린 시절 구마 의식을 했었고, 악령을 쫓기 위해 한 가지 거래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남자는 기억 나지 않는 이 신기한 과거의 이야기를 여자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그녀의 반응은 남자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수목을 배경으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아파트의 건설 현장이 문득 뒤따른 뒤, 갑자기 한밤의 놀이터에서 두 남녀가 웃으며 말하는 장면이 끼어든다. 무심코 배열한 듯하지만 기실 영리한 도입부에서부터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은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아픈 삼촌이 들려주는 과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어둑어둑한 밤에 공원에서 나누는 일상의 대화 도중 은밀히 폭발한다. 이미 벌어진 것보다 앞으로 벌어질 게 예상될 때 느끼는 공포감이 대단하다. 순진한 표정의 인물이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대사들 틈에서 전해오는 섬뜩함 곁으로, 으스스한 음향과 미스터리한 음악의 지속적인 사용이 효과를 발휘한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