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할리우드 판타지스 극장, 그날의 무대는 전설이 되었다.​ 프런트맨 데이비드 번이 한 대의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곡이 더해질수록 멤버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무대는 폭발적 에너지로 채워지고, 퍼포먼스는 완전한 예술로 거듭난다.​ 인터뷰도, 설명도 없다. ​오직 음악과 무대만으로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88분의 클라이맥스를 선사하는​, 역대 최고의 콘서트 영화.

'양들의 침묵'(1991)으로 국내에 알려진 조나단 드미 감독이 토킹 헤즈와 협업하여 완성한 1984년 작으로, 콘서트 필름의 정의를 새로 쓴 기념비적 음악 다큐멘터리다. 데이비드 번의 '싸이코 킬러' 솔로 공연으로 시작해, 멤버들이 하나둘 무대에 합류하며 밴드의 리듬과 정체성을 점층적으로 쌓아가는 구성, 함성이나 관습적인 리액션 컷의 배제, 데이비드 번의 상징 '빅 수트' 무브먼트, 군더더기 없는 카메라 워킹 등을 통해 '라이브 공연 그 자체'를 재현함으로써 콘서트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작품이자, 음악 공연을 영화적 언어로 번역해 낸 최고의 사례다. 이후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라이브 공연 촬영의 원형이 되었으며, 2023년 A24에 의해 4K 복원된 이후 전 세계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조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