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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후대가 선대에게 보내는 알로하

작성자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작성일24-09-09

조회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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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가 선대에게 보내는 알로하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리스타일 '하와이 연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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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연가 Songs of Love from Hawaii | 이진영 Lee Jinyoung
Korea, USA | 2024 | 62min | DCP | Color | Documentary | Korean Premiere

고향을 떠나는 삶,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내가 나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평화와 안정을 벗어나는 일이니까요. 미주 한인들은 그 두렵고도 낯선 길에 발디딘 사람들입니다. 일본, 중국, 포르투갈, 필리핀, 그리고 한국 등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하와이, 그곳의 이민사만큼 집 떠난 자들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는 또 없을 겁니다.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하와이 연가>를 통해 상상조차 쉽지 않은 그 삶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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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하와이 연가"는 1902년 한국을 떠나 미지로 향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세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먼저 ‘그들의 발자취’에서는 120년 이민사의 주요 사건을 따라 시간 여행을 떠난다. 두번째 이야기 ‘할머니의 놋그릇’에서는 사진신부로 하와이에 간 ‘임옥순’의 삶의 여정을, 마지막 이야기 ‘칼라우파파의 눈물’에서는 한국의 소록도와도 같은 ‘칼라우파파’에 격리된 채 쓸쓸한 죽음을 맞아야 했던 ‘김춘석’의 삶을 따라가본다. 세계적인 뮤지션 리처드 용재 오닐, 김지연, 이그나스 장, 그리고 하와이안 슬랙 키 기타리스트 거장 케올라 비머가 감동의 선율을 선사한다.

<하와이 연가>는 세 편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입니다. 120년 이민사의 주요 사건을 엮은 '그들의 발자취', 돈을 벌기 위해 하와이로 이주한 남성들과 결혼하기 위해 사진만 보고 고향을 떠난 사진신부 '임옥순'의 이야기를 담은 '할머니의 놋그릇', 하와이에서 추방되어 칼라우파파에서 생을 마감한 '김춘석'의 삶을 좇는 '칼라우파파의 눈물'까지. 한인의 역사가 녹아 있는 하와이 곳곳의 모습을 담은 영상, 역사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아카이브, 한 마디 말보다 효과적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하와이 이민사를 압축하는 친절하고 상세한 기록물이 되어주죠. 

'그들의 발자취'가 하와이 이민사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 에피소드라면, '할머니의 놋그릇'과 '칼라우파파의 눈물'은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오직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깊이 있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거주하며 한인 이민자 후손들과의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는 등 하와이, 그리고 이민자의 삶에 깊은 관심을 두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진영 감독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에피소드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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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놋그릇'은 빛과 모래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샌드아트를 보는 듯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할머니의 놋그릇을 대대손손 이어받으며 한국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는 후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죠.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는 옛날 이야기처럼, 특별한 스펙터클이 없어도 자꾸만 귀 기울여 듣게 됩니다. '칼라우파파의 눈물'은 집을 떠나온 자들이 제2의 터전에서도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역사를 기록합니다. 칼라우파파는 나병 환자들을 100년 가까이 고립시켜 두었던 공간으로, 57명의 한인들도 그곳으로 추방되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서는 얼핏 아는 바가 있었지만, 칼라우파파의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마치 기록물들을 타고 다크 투어를 떠나는 듯한 기분으로, 역사를 체험하고 경험했습니다.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그곳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추방 당해 고립된 칼라우파파 사람들마저도 원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공동체를 이루고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며 행복하기를 택했죠. 하와이의 인사말인 '알로하'는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존중, 평화, 희망, 사랑을 뜻한다고도 하고요. <하와이 연가>가 담아낸 이민자들의 역사는 '알로하' 그 자체였습니다. 존중, 평화, 희망, 사랑으로 낯선 땅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것, 새로운 땅에 터전을 잡아야 했던 1세대 이민자들의 삶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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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후대가 선대에게 보내는 '알로하'이기도 합니다. 다방면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알로하의 마음으로 존재해준 선대에게 보내는 존경과 사랑입니다. 세계적인 뮤지션 리처드 용재 오닐, 김지연, 이그나스 장 등의 한인들은 그 마음을 음악으로 전합니다. 후손들의 연주는 그래서 더 감동적입니다. 그들의 활약이 곧 선대를 빛나게 하는 것이므로.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하와이의 풍경도 가히 장관입니다. 롱숏으로 촬영해 장엄함이 그대로 느껴지지요. 한국, 국제, 음악, 영화의 가치가 모두 녹아있는 작품, 이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되기 제격인 작품이 있을까요? 

*글: 하이스트레인저 방해리


-9 6() 19:00 제천시문화회관

-9 8() 13:00 제천시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