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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런 영화제, 전 세계에 또 있을까요?"

작성자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작성일24-09-11

조회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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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제, 전 세계에 또 있을까요?"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동준 집행위원장 인터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동준 집행위원장은 1994년 ‘구미호’의 영화음악으로 데뷔해, 올해로 영화 인생 30주년을 맞았다. 지금껏 ‘은행나무 침대’, ‘초록 물고기’, ‘각설탕’,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탄생’, ‘1947 보스톤’까지 꾸준히 영화음악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동준 위원장은 제17회 청룡영화상 음악상, 제35회 대종상영화제 음악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3년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제천영화음악상을 받은 바 있다. 작년부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영화제가 한창인 7일, 제천예술의전당에서 이동준 집행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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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영화인생 30주년을 맞으셨습니다.

징그러워요. 30년 됐다고 하니까. (웃음) 본의 아니게 상징성을 가진 해여서 돌아보니 ‘어라? 얼추 그렇게 됐네’ 했죠. 징그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두 마음이 공존하죠.

 

영화 음악 꿈꾸기 시작한 계기가 있는지요.

어린 시절 영향이 크다고 봐요. 정확한 년도는 기억은 안 나는데 ‘벤허’라는 영화를 봤어요. 영화에 압도되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음악적인 느낌이 제 감성에 새겨진 거죠. 유독 영화음악과 클래식을 좋아했어요. 음악가라는 방향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는데 사춘기 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꾸 일어났어요. 록 밴드도 했고요. 어렸을 때 엄마와 이모 따라다니면서 다닌 극장의 추억이 유난히 강렬했던 것 같아요. 그런 잔향이 제 미래를 결정한 자산으로 작용했을 것 같아요.

 

6일, 제천예술의전당에서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20주년을 맞은 ‘태극기 휘날리며’ 필름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공연 후 눈물을 보이셨는데요.

주책이죠. 자기가 만든 거에 자기가 뻑 가는 거. (웃음) 제 역사와 삶이 많이 응축된 눈물이었어요. 리허설할 때 되게 좋겠다는 확신은 들었어요. 장동건 배우도 그렇고 강제규 감독도 그렇고 눈물을 흘리면서 많은 걸 돌아봤죠. 그렇게 각자의 시선이 어우러져 수십 가지 감정이 올라왔어요. 감사함, 스스로에 대한 고마움, 미래의 도전에 대한 용기. 많은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조명 활용 등에서 필름 콘서트의 정체성이 잘 전달되고, 퍼포먼스도 전달이 잘돼서 놀라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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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에게 도전, 초월은 평생의 과제

제천만이 제공할 수 있는 영화 경험 고민 중

작년 19회 영화제 슬로건은 ‘Da Capo(다 카포)’였고, 이번 영화제 슬로건은 ‘Superascendo(수페라스켄도)’입니다. 각각 ‘처음으로 돌아가다’, ‘초월하다’란 뜻이지요.

처음 집행위원장하면서는 슬로건 안 하려고 했어요. 굳이 해야 되나 싶었는데 홍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필요하다 그래서 했죠. 그래서 작년에는 영화제의 20대를 앞두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되살리자는 의도에서 음악용어인 다 카포를 썼죠. 20회인 올해에는 도전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걸 고민했죠. 제가 이름 짓기를, 라틴어 찾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뒤지다가 초월하다, 도전하다 이 말을 찾았죠. 슬로건을 정하니까 포스터 방향성도 도전적인 게 나왔어요. 초월하는 느낌으로요. 예술인들에게는 이런 도전, 초월의 방향이 평생 있지 않아야 하나 싶어요.

 

이전에 하이테크를 지향하는 영화제를 고민하고 계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영화와 멀티미디어가 공존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관이 제천에 최초로 생긴다면 그 자체로 랜드마크가 될 수 있겠죠. 콘서트도 하고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요. 영화를 포함해 음악과 다채로운 미디어 콘텐츠를 묶어서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 싶어요. 욕심은 있는데 조금씩 변화할 수밖에 없죠. 그런 공간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어요.

 

20주년을 맞아 영화제에서 사랑받은 작품을 다시금 관객에게 선보이는 ‘제천 리와인드’ 섹션을 기획하셨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은데 다 담지를 못했어요.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영화는 ‘서칭 포 슈가맨’이에요.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아요. 너무 신선했어요. 올해 개막작 ‘아바: 더 레전드’도 그렇고요. 올해에도 좋은 영화가 참 많아요. 음악영화제로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작년보다는 더 나았다 싶어요. 프로그래머가 일을 너무 잘하신 덕분이겠죠.

 

어제 진행된 팬과의 만남 행사도 직접 기획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위원장님뿐 아니라 심사위원, 영화제를 방문한 셀럽분들이 참석해주셨고요.

영화제에 셀럽이 많이 오는 게 대중의 영화제 선호도를 결정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역으로 셀럽이 영화제에 어떤 명분으로 올까 싶었죠. 작품이 노미네이트되면 오는데, 그냥 축하해주러 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우리도 셀럽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숙제가 늘 있었는데 오히려 심사위원이라는 명분으로 셀럽분들이 오시면 좋을 것 같다 싶었죠. 그런데 그 귀한 분들을 모시고 심사만 시키기는 아쉽잖아요. 그런 분들이 제천에 왔다고 시민들께 알리며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픈 스테이지로 토크 진행했어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영화음악을 꿈꾼다면 진지하게 질문해봐야

감독님께서는 영화음악뿐 아니라, 드라마와 뮤지컬, 게임 심지어는 아시아축구연맹 공식 주제가까지 작곡하셨습니다.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아요. 이런 거 저런 거 하는 두려움은 한 번도 없었어요. 계속 새로운 거 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요. 제 음악적 스펙트럼을 규정하지 않고 확장하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 중 그런 성향의 음악가가 많아요.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 영역을 찾아야 해요. 더 많은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어요.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아닌 아티스트 이동준의 행보와 계획도 궁금합니다.

영화제 개막식 공연에 작년부터 늘 제가 만든 곡을 직접 연주했어요. 내년에도 할 거예요. 이 자체가 영화제의 정체성일 수 있거든요. 집행위원장이 직접 작곡한 곡을 개막식에서 연주하는 영화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할 테니까요. 그리고 개인 솔로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 지점이 앞으로의 숙제죠. 올해 개인 공연도 예정되어 있어요.

 

영화음악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해주시고 싶은 내용이 있으신지요.

내가 왜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질문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중간에 포기하게 돼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냥 좋은 것 같아서요’라면 안 했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진지하게 접근해야 해요. 잘 모르는데 어떻게 진지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미래에 자기 인생을 던질 일인데 진지하게 질문을 해야죠. 내 인생을 바칠 만하다는 자기 확신이 있을 때 해야 해요. 구체적으로 작곡하고 들어보고 대화해보고 부딪혀보고 평가도 받으면서요. 영화음악 말고도 다른 음악이 있는데 영화음악을 하려면 뭐가 필요할지를 따져보고 찾아봐야죠. 출발점에서 그런 진정성을 갖는 게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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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 말고 '초월' 하자

관객분들에게 받은 선물을 돌려드리고 싶다.

메가박스 제천과 2022년부터 함께한 CGV 제천이 모두 작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상영관 확보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듯합니다.

영화관 하나 건립하고 유지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CGV 상황은 올 초 정도에 어느 정도 인지가 됐고 시나 저희는 여러 방법을 찾았죠. 영화제 기간만이라도 대관하는 방법을 고민했고요. 시에서 사줬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영화관이 있다고 해도 유지할 수 있는 플랜이 없다면 반복될 문제잖아요. 답은 계속 구해야겠지만 ‘이런 영화관이 있어?’ 할 정도의 도전적인 영화관을 꿈꾸지 않으면 그냥 기존 영화관처럼 될 거예요. 영화관의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죠. 영화 프로그램 자체도 다채롭게 하고, 영화관 자체가 복합 예술 공간으로 나아가는 방향도 고민해야죠. 제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영화관을 계속 생각 중이에요.

 

최근 재정 지원 문제로 여러 영화제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한국 영화 역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화제는 돈 많이 쓰면 잘 될 수 있어요.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소박한 영화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돈 줄었다’ 이런 거는 초월했으면 좋겠어요. 체념이 아닌 초월요. 제천에 맞는 영화제를 생각한다면 큰 예산 안 들이더라도 색다르게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현실적인 부분과 영화제의 가치에 대한 것들을 고루 고민해야죠.

 

마지막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과 관계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화제가 20대가 되기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와주신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20회에 대한 고마움이 앞으로 또 10년 후까지 이어질 테고요. 영광스럽게도 20회를 맞이했는데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그리고 그 선물을 다 나누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미래의 선물 보따리도 준비하고 싶습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박해민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