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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최고의 오락영화를 무대로… 예스러운 느낌 살려 재해석했다
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21-08-12 조회7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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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최고의 오락영화를 무대로…
예스러운 느낌 살려 재해석했다
시네마 콘서트 <청춘쌍곡선> 연출한 채은석 감독
▲ 채은석 감독
“가히 50년대 최고의 오락영화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장) 당대를 풍미한 흥행꾼 한형모 감독이 제작과 연출을 맡고, 1957년 개봉 당시 그해 관객수 5위를 차지한 <청춘쌍곡선>은 한국 코미디영화의 태동을 알린 역사적 작품이다. 병을 고치기 위해 집을 바꾸라는 괴짜 의사, 이를 순순히 따르는 부자 남자와 가난한 남자, 그런 그들을 새침하게 맞이하는 여자들이 그리는 <청춘쌍곡선>은 계급과 구습을 뛰어넘는 러브 스토리를 대중음악과 버무려 유쾌하게 풀어낸다. 60여년 전 영화의 흥이 시네마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무대에서 재현된다. 총연출을 맡은 이는 한국 CF계의 거장이자 영화 예고편계에서도 이름을 알린 채은석 감독이다. 8월 13일 오후 19시 30분 제천시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청춘쌍곡선> 시네마 콘서트를 앞둔 채은석 감독을 만나 <청춘쌍곡선>의 매력과 재탄생의 비화에 대해 물었다.
시네마 콘서트 <청춘쌍곡선>의 총연출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광고 영상을 오래 만들어왔는데, 2017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오페라 <토스카>를 연출할 기회가 있었다. 음악과 영화, 성우들을 활용하는 연출과 극장 공연이라는 큰 범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많지 않다보니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에서 나를 캐스팅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워낙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관심이 많았다. 2008년에 영화제 트레일러를 만들었고, 영화제 임원으로 일한 적도 있어서 이번 제안에도 흔쾌히 응했다.
시네마 콘서트를 위한 작품으로 한형모 감독의 <청춘쌍곡선>이 선정된 배경은 무엇인가.
맹수진 프로그래머가 한국 음악영화사를 조사하면서 공연으로 올리기 가장 적합한 작품을 고른 건데, <청춘쌍곡선>은 지금 봐도 완성도가 장난이 아니다. (웃음) 구성, 대사, 음악, 연기 모두 짜임새가 좋다. 관객이 ‘이게 어떻게 1950년대 영화야?’ 하고 놀라실 거다.
영화 <청춘쌍곡선>을 언제 처음 봤나.
이번에 시네마 콘서트 연출을 맡게 되면서 처음 봤고, 여러 번 봤다. <청춘쌍곡선>의 매력에 대해 한 시간 이상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반했다. 투숏 잡는 기술에서부터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까지 지금 한국영화에서 쓰는 기법들이 이 영화에 다 있다. 메인 스토리는 너무 많이 먹어서 병난 부잣집 남자와 너무 못 먹어서 병난 가난한 집 남자가 병을 고치기 위해 2주간 집을 바꿔 생활하는 이야기인데, 인물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에서 쾌감이 느껴지고, 전쟁 후의 한국 사회를 체감할 수 있는 계몽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전개가 빠르고 결말도 쿨해서 재밌다.
그런데 시네마 콘서트라는 이름이 어떤 형태의 공연을 뜻하는 건지 감이 잘 안 온다. 무대를 어떻게 꾸릴지 설명을 듣고 싶다.
이 공연은 시네마 콘서트라는 말로는 다 해설이 안된다. 라이브 더빙 쇼에 가까운데 그 말로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선 스크린으로 <청춘쌍곡선> 복원본을 트는데, 여기에 노래와 대사 소리는 생략되고 무대에서 낼 수 없는 폴리 사운드만 입혔다. 이와 동시에 무대 위 성우들과 코러스가 연기와 노래를, 뮤지션들이 음악 연주를 진행하는 공연이다.
50년대의 영상과 지금의 소리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겠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90분 정도인데, 오프닝부터 간호사로 분한 김시스터즈가 노래를 부르고 지게꾼을 연기한 김희갑 배우가 신세 한탄 같은 노래를 한다. 러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여자주인공들이 마음을 표하는 노래도 나온다. 그런데 노래가 짧게 나오는 게 아쉽더라. 특히 여주인공들의 애달픈 노래가 금방 끝나 아쉬웠다. 그래서 공연에 어울리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여러 고민 끝에 노래의 여운이 남아 있는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영상을 잠시 멈춘 후 현장에서 연주와 노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밖에도 슬랩스틱 장면의 효과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최대한 영화 속 연기자들, 가수들의 억양을 살려달라고 성우들에게 부탁했다. 예스러운 느낌을 살리면서 그림과 괴리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말이다.
배경이 부산이지만 모든 인물이 서울 사투리에 가까운 당대 표준어를 쓰더라.
맞다. 계속 부산에 살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서울에서 내려간 피난민들도 많았을 테니까. <청춘쌍곡선>은 해방 후 부산, 특히 영도의 모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영도는 내 고향이기도 한데, 언젠가 부산에서도 공연하고 싶다. 코로나19가 점차 완화되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이름으로 지방 순회공연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더 클래식의 멤버 박용준이 음악감독을 맡고, 전문 성우 7인, 뮤지션 16인이 참여한다.
악단은 관악기와 현악기로 구성했고, 편곡 작업을 진행했다. 성우 7인이 네명의 주인공을 비롯해 조연들까지 소화한다. 총 열댓명의 인물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성우들이 무대에서 퇴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대표 인물의 의상을 입되 소품만 살짝 바꿔가며 여러 역할을 맡는다. 외화의 경우 더빙된 소리와 배우의 입모양이 맞지 않아도 넘어갈 수 있지만 성우와 과거의 배우가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이니 입모양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오래된 영화에 새로운 공연을 접목하는, 익숙지 않은 형식의 무대를 준비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콘텐츠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고 있다. 새것에 대한 열망도 있지만 희귀 필름에 대한 니즈도 강해지는 걸 느낀다. 과거의 것과 어떻게 교감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올해 전계수 감독이 연출한 <이국정원> 더빙 쇼를 깜짝 놀랄 정도로 재밌게 봤다. 이렇게 아카이브를 활용하되 창의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지 않겠나. <이국정원>을 보며 배운 점을 <청춘쌍곡선> 공연에서도 살려봐야겠다 싶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지금의 관객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한국영상자료원과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영화제가 그 산실이 되어 붐을 일으키길 바란다.
글 남선우 사진 오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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