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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 한국경쟁' 부문 작품상

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21-08-17

조회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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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이고 용기 있는 도전을 하고 싶다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 한국경쟁' 부문 작품상 수상 - <요선> 장권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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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권호 감독

 

 

한국의 1대 마임이스트인 유진규는 자신의 50주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준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함께 무대에 오르는 해진(강해진)과 정훈(이정훈)은 걱정이 많다. 어느 날 행방이 묘연한 진규를 해진이 찾아 나서고, 해진은 진규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조르바’와 방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한다. <요선>은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작품세계를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형식을 섞어 그려낸 영화다. 유진규의 마임 공연과 함께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연출 방식이 눈에 띈다. “주위의 예술인 중 캐릭터가 강하고 이야기가 재밌는 분들을 섭외해 작업을 진행”해온 장권호 감독은 해당 방식을 적용한 <탄>으로 3년 전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장편 <요선>으로 올해 다시 한 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장권호 감독은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 한국경쟁' 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3년 만에 찾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요선>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축하한다. 

감사하다. <요선>은 정말 전문 배우 하나 없이 춘천의 시민들, 작가들과 찍은 작은 영화인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어쩌다 보니 유진규 선생님께서 수상 연락을 먼저 받으셨는데 굉장히 뿌듯해하시더라. 주류 문화가 아닌 마임을 주제로 한 영화가 이렇게 주목받고 또 선생님께서 올해 50주년을 맞이하신 해라 여러모로 뜻깊다.  

 

마임이스트 유진규 씨와는 전작 <탄>부터 호흡을 맞춰왔는데.  

7년 전 유진규 선생님 공연의 촬영을 의뢰받았을 때부터 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처음 유진규 선생님의 마임을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 독특한 자기 세계를 잘 구축하셨더라. 그 뒤로 선생님과 단편 <탄>을 촬영했다. 영화 경험이 없는 예술가들과 영화를 찍었을 때 어떻게 표현될까 했는데 <탄>이 잘 나왔고 반응도 좋았다. 그래서 같은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확장해 <요선>을 만든 거다. 마침 선생님의 50주년이 다가와서 작품을 하나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로는 내면을 담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특성을 적절히 섞는 작업을 해봤다. 

 

얼마 전 ‘유진규 마임 50년 기념공연’이 진행됐다. 영화에서도 유진규 씨의 마임 공연이 중간중간 펼쳐지는데 실제 공연이 삽입된 부분도 있나. 

선생님이 라이터를 들고 혼자 방에 서 계시는 신이 있지 않나. 그게 선생님의 ‘있다? 없다?’라는 마임이다. 불이 켜지고 꺼짐에 따라 두 개의 인격이 등장한다. 내가 ‘유진규’와 ‘조르바’라는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발상을 떠올리게 된 것도 그 마임이 결정적이었다. 유진규 선생님이 ‘있다? 없다?’를 해주시고 해진이 결국 그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 신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신이다. 겨울이라 라이터가 잘 안 켜지고 선생님 입김에 라이터가 꺼지곤 했는데, 워낙 중요한 신이라 편집으로 공을 많이 들였다. 그밖에 영화 오프닝에서 펼쳐지는 마임은 유진규 선생님의 ‘빈 손’이라는 마임이고, 영화 후반부에 보여지는 ‘개구리 마임’도 선생님이 30년 넘게 해오신 실제 공연이다.   

 

춘천의 요선동을 배경지로 삼고 또 영화의 제목으로 <요선>을 택한 이유는. 

유진규 선생님이 청년 시절 요선동에서 추억이 많으셨다더라. 지금은 폐허가 됐지만 요선동은 최초의 재래시장이었고 춘천의 번화가였다. 선생님이 이 공간을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보자고 기획을 하셨다. 나도 재래시장에 관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는데, 가서 보니 욕망이 다시 불타올랐다. 시나리오에 관한 고민이 많을 때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 마임 하실 때 그분 누구예요?” “누구긴 누구야, 나지.” 그 때 선생님의 눈동자가 떨리는 게 보였다. 그래서 ‘유진규 안에 또 다른 유진규가 존재한다’는 설정을 가져가면 재밌을 것 같았고, 캐릭터를 발전시켜 조르바라는 인물을 탄생시켰다. 제목인 <요선>은 한자를 보면 요긴할 요(要) 신선 선(仙)이다. 신선 선의 한자에선 유진규, 요긴할 요의 한자에선 해진과 조르바가 보였다. 한자 안에 인물들이 다 보이는 듯 느껴져 제목으로 정했다.  

 

요선동의 시민들이 직접 영화에 등장한다.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경험은 어땠나. 

장단점이 확실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보니 활어처럼 생생한 느낌을 주는데, 반대로 촬영 경험이 없어서 여러 번 다시 촬영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진규와 해진이 야외 카페에서 만나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한 공연팀과 해진의 합동 공연이 펼쳐진 후, 진규와 해진이 만나 대화를 이어간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걱정이 많았던 신이다. 원래 출연하기로 한 공연팀이 갑자기 출연을 못 하게 돼서 촬영 하루 전에 구성을 전부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카페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시간도 촉박했다. 음악도 그렇고 대부분 즉흥적으로 갔는데 의외로 그 신이 정말 잘 나왔다. 본 사람들이 다들 그 신이 제일 예쁘다고 하더라. (웃음)  

 

미대에서 공예를 전공했다던데, 처음 영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하다. 

공예 작업이 답답하다고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때마침 본 <쥬라기 공원>이 좋은 자극제가 됐다. 9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CG를 배웠고 CG회사에 취업해 <할로우 맨> <매트릭스2> 등의 비주얼 FX 작업을 했다. 그러다 연출의 꿈을 안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소니 픽쳐스의 지원으로 <헤븐리 소드>라는 작품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그 뒤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하며 <요선>까지 이어지게 됐다.  

 

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도 있나. 

<요선>을 연출하며 만난 새로운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나 하고. 내가 연출한 작품들이 비슷비슷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그런 차이와 반복에 관심이 많다. 그 반복 속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이 영화라는 문법을 만나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연출될 수 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 영화는 진짜 연기 톤도, 접근 방식도 다르다’고 느낄 수 있게 말이다.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좀 더 즉흥적이고 용기 있는 도전을 하고 싶다.

 

 

글 조현나 사진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