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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 Barking Dogs Never Bite

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23-07-06

조회473

본문

Korea | 2000 | 110min | Color | Drama

시놉시스

최고의 감독에게 선물한 망작​

영화음악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플란다스의 개>이다. 이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은 올해 오스카 작품상을 받았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그는 신인이었고, 그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나의 영화음악 작품 중에 가장 행복하면서 불행한 양극단의 기억으로 남았다. 이 영화만큼 창작의 고통 없이 즐기기만 하면서 영화음악을 한 사례는 없었고, 그래서 봉준호 감독에게 속으로 미안했다.

2000년 당시 나는 영화음악을 여러 편 동시에 진행했고, 봉 감독과 만났을 당시 몹시 지쳐 있었다. 더군다나 <플란다스의 개>는 영화의 정서가 너무 독특해서 나의 서정적이고 단선적인 음악 스타일로는 표현이 힘들었다. 솔직히 자신도 없고, 도전을 하자니 너무 지쳐 있었다. 영상을 획일적 정서로 규정하지 않는 음악이 필요했는데, 그것은 바로 재즈였다. 나는 재즈 광이고, 지금도 재즈피아노를 연주하는 게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이다. 타협은 쉽게 이루어 졌고, 재즈 연주자들을 녹음실에 불러 모아 놓고 즉흥연주로 신나게 영화음악을 완성했다.

재즈는 원래 중심으로부터 이탈해가는 음악이라 봉 감독 영화의 디테일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꼽으라면 그 중에서 음악은 빠질 수 없다. 관객들이 영화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재즈음악이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음악으로 음악가로서는 최초로 해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는데, 이 무슨 일인가? 단적으로 영화제에서 음악가에게 특별상을 준다는 것은 음악이 진짜로 상업적이지 않다는 뜻, 즉 실험적이라는 뜻이다. 흥행 참패에 일조했으니 감독에게 미안할 뿐인데, 봉 감독은 이제 세계적인 감독이 되어서, 나를 오스카 감독과 함께 작업한 음악가로 만들어 주었다. <플란다스의 개>는 내게 여러모로 미안하고 고마운 영화가 되었다. (조성우)

감독

  • 봉준호
    • 봉준호
    •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에서부터 2013년작 <설국열차>,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2020)에 이르기까지, 6편의 장편을 통해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